중국의 당송팔대가인 소동파(蘇東坡)는 백수의 향유를 이렇게 읊었다.
‘꼭두새벽 조회 가는 사람이여, 신발에 차가운 서리가 가득하구나, 어찌 삼복 한낮 서늘한 북창에서 늘어지게 자는 것만 하리오. (五更待漏靴滿霜 不如三伏日高 睡足北窓凉)’
지난 40여 년의 긴 세월 교육현장에서 2세 교육에 정진하다, 2019년 8월 자유로운 백수의 몸이 되었다. 소동파의 신세처럼 하루 24시간이 나를 중심으로 지구가 한 바퀴 돌아가는 행복감에 매료되었다.
30여 년 전 문인화에 입문하여 7번의 개인전을 펼쳐보았으나, 언저리만 맴돌다 이렇게 가는구나! 하는 강한 압박감이 엄습해왔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지금까지 어설프게 해왔던 그림 세계를 좀 더 깊이 천착(穿鑿)해보고자 용기를 내었다.
문인화는 사의(寫意)적인 그림이다. 사유가 깊으면 대상을 향한 정감이 성숙되어 격조 있고 고상한 작품이 구현된다. 따라서, 사물의 참 모습을 익히고, 널리 古人의 유적을 탐구하며, 대상을 模寫하는 수련을 거듭하여, 澹泊(담박) 瀟灑(소쇄)한 文氣있는 그림을 추구할 수 있게 된다.
이번 작품에는 문인화의 근원적인 바탕을 살리는데 목표를 두었다. 추사의 문자향서 권기와 조희룡의 전문적인 手藝(수예)를 겸통하고자, 고전을 통하여 자료를 수집하고, 화제에 어울리는 소제 구상, 그림의 다양한 구사력, 기운생동하는 화법의 기술 등, 청계문인화의 독창성을 불어넣고자 고뇌와 번민의 시간을 집착하였다.
여기 청계먹사랑방에서 혼정을 쏟은 작품 50여 점을 펼쳐서, 문인화를 감상하는 고객과 동호인들에게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자료가 되었으면 하고,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