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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정 이돈흥 선생 고희전
  • 이난영 기자 이난영 기자
  • 등록 2016-04-26 14: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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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溫恭自虛 五十年 夢筆生花」

 

지혜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배워야 한다. 배움은 인간에게 인생의 지혜를 안겨주는 마르지 않는 샘물 같아 지혜를 품고자 한다면 모름지기 배워야 하는 것이다.

 

“가르치지 못할 사람도 없고, 배우지 못할 사람도 없다.”는 말이 있다. 사제 간을 두고 하는 말로, 선생은 있어도 스승은 없다는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스승과 제자의 만남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를 생각해 볼수 있는 말이다.

 

인생에 있어 평생 잊지 못할 스승을 만난 경험이 있다면, 그 사람은 진정 행복한 사람일 것이며, 진정한 스승과 참다운 제자의 만남은 인생여로에서 가장 소중한 인연일 것이다. 여기 스승의 은혜를 아는 제자들과 제자의 앞길을 열어주는 데 헌신하는 참된 스승이 있다. 지필묵연(紙筆墨硯)을 때론 친구로, 가족으로 삼고 지내온 50여년의 필묵여정을 고스란히 담은 작품들로 학정 이돈흥(鶴亭 李敦興) 선생이 고희전을 개최한 것이다.

 

학정 선생의 제자들의 모임인 (사)학정연우서회 회원들이 고희를 맞은 학정 선생을 위해 ‘고희전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스승에 대한 보은의 길로 마음을 모아 개최된 이번 전시는 「溫恭自虛 五十年 夢筆生花(온공자허오십년 몽필생화)」란 제목으로 열렸다.

 

(사)학정연우서회 유백준 회장은 “70년의 삶에서 50년의 서예인생을 살아오신 학정 선생님을 스승으로 모신 지가 벌써30여년이 흘렀습니다.

 

처음 뵌 그 모습대로, 나태함이나 일탈함이 없고,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으신 여전함에 제자들은 그저 부끄러움이 앞설 뿐입니다. 선생님의 크신 사랑에 보답하기에 많이 부족하지만 정성을 담아 준비하였습니다.”라며, 서예술의 진한 먹 내음이 맑은 향기로 온 세상에 풍기고, 더불어 서예중흥을 위한 또 하나의 발로처(發露處)가 되기를 바란다는 전시
취지를 밝혔다.

 

전시 제목의 ‘온공자허(溫恭自虛)’는 춘추시대 교육관을 담고 있는『관자(管子)』 제자직편(弟子職篇)의 “선생이 가르침을 베푸시거든 제자는 이것을 본받아 온순하고 공손하며 스스로 겸허하여 받아들이는 바를 극진히 해야 한다(先生施敎 弟子是則 溫恭自虛 所受是極).”라는 스승과 제자의 자세에 대해 설명한 문장으로 1975년 학정 선생이 서예연구원을 설립하면서 원훈으로 삼고 제자들에게 가르친 말이다. 또한 ‘몽필생화(夢筆生花)’는 ‘꿈속에서도 붓이 꽃을 피우다’라는 의미로 학정 선생의 서예 인생 50여 년을 대변해 주고 있다.


 

 

일찍이 원교 이광사와 추사 김정희의 전통을 계승하면서 「학정체」라는 독자적인 서체를 이룬 학정 선생은 이번 전시의 주제를 ‘新 東國眞體를 꿈꾸며’로 정하였다. 동국진체는 중국을 모방하지 않고, 자유분방한 해학과 여유가 담긴 우리나라 전통 서법으로 옥동 이서로부터 시작되어 공재 윤두서로 이어져 호남을 중심으로 뿌리를 내렸지만 일본이 들어오면서 당
시 우리나라 교육을 ‘서당식’, ‘도제식’이라 폄훼(貶毁)하며 사라지기 시작하였다.

 

현재 중국, 일본 등과 활발히 서예교류를 펼치는 상황에서 우리 것부터 먼저 정립시켜야하며, 전 서예인들이 조금만 더 노력하면 동국진체를 넘어서는 글씨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음양이 조화를 이루는 장법의 진미를 보여준 선생은 이번 전시를 통해 전서, 행초서 중심으로 한글, 문인화, 유화(몽화)까지 넘나들며, 우아하면서도 소박한 작품에서부터 절제되고 힘이 넘치는 필세로 이루어진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유
화 작품들은 손이나 나이프에 아크릴 물감을 묻혀 기분이 내키는 대로 그린 그림들로 글씨를 쓰다 쉴 때 한 잔 술로 몽롱해 진 기분으로 그림을 그렸다하여 ‘꿈 몽(夢)’자를 붙여 몽화


라고 한다. 50여 년 동안 글씨를 써왔음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쓰면 쓸수록 느는 것이 눈에 보여 한 번이라도 더 써보게 된다고 말하는 선생의 작품을 통하여 새로운 조형과 자신만의 형상적인 표현에 몰두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을 알 수 있으며, 독창적인 예술세계로 한국 서단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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