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자는 그때그때 처한 상황에 최선을 다할 뿐 지나간 일이나 다가올 결과에 관여하지 않는다.” 대행선사의 법어를 가슴 깊이 새기며, 40여 년 간 글씨 쓰기를 수행의 방편으로 여겨 온 청우 윤상민(靑雨 尹相敏) 선생이 두 번째 전시회를 갖는다.
블룸비스타 갤러리 초대로 열리는 두 번째 전시회의 화두는 ‘마음’으로 몸과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작업에 열중하며, 참마음 그대로를 온전한 한 획에 담아내었다. 전시회를 앞두고 청우 윤상민 선생을 만나 이번 전시회에 관해 질문해 보았다.
-. 글씨를 쓰기 시작한 동기가 있습니까
한의학을 공부하여 한의사가 되고 싶었지만, 장애가 있는 사람은 선발하지 않는 학과의 조건 때문에 몇 번의 낙방으로 좌절하였습니다. 동생이 사온 동국대학교 원서를 내버려 둘 수 없어 동국대 전자계산학과로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대학을 다니던 중 서예반 동아리 모집공고를 보고, 바로 접수를 하고 글씨를 쓰기 시작하였습니다. 시암 배길기 선생에게 사사를 받고, 당시 학교 선배인 마하 선주선선생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 때는 전공수업을 들어가지 않고, 미술학과 서예수업만 들었습니다. 마치 서예학과를 다니고 있다고 생각으로 온통 글씨에만 빠져 살았습니다. 그러던 중 1년을 휴학하고, 다시 한 번 한의학과에 들어가기 위한 공부를 하였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이 때에 대행선사께서 “모든 병은 마음으로 고치는 것이다. 침을 놓는 것은 방편이다.”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이 말을 새기며 진짜공부, 마음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몸을 치료하는 의사보다는 마음을 치료하고 마음공부를 가르치는 심부름을 시키는 구나’를 느끼고 수행자처럼 공부를 하며, 한의사의 꿈을 버리고 글씨 쓰기에 매진하게 되었습니다.
-.전시회를 열게 된 동기는 무엇입니까
2003년 전시를 하고, 2015년 회갑을 맞이하여 전시를 하고자 생각은 하였으나, 개인전이라는 것이 쉬운일이 아닙니다.
저지르면 되지만 쉽지가 않습니다. 2003년을 전시를 마치고 새롭고 특별하게 보여줄 것이 있나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아 고민이 많이 되었습니다.
한글, 한문, 전각까지 작품을 하고 있지만, 작가는 계속 똑같은 것을 쓰게 되면 탈피하고 싶은 본능이 있습니다. 탈피를 해야 하는데 공부를 하면서도 그게 잘 되지 않았습니다. 욕심을 부려서 탈피한다고 하면 속되고, 격이 떨어지는 경향이 나타나기 때문에 항상 그것을 염두에 두고, 서예에 근간을 두면서 속되지 않은 한에서 변화를 모색하려고 노력하였지만 쉽지가 않았습니다.
크게 벗어날 것은 없지만 작가적인 욕심과 ‘2003년 전시 후에 내가 보여줄 것이 없구나’하는 생각에 자신감도 없어지고 양심에도 걸렸습니다. 그래서 회갑전을 못하고 넘겼으나 늘 마음에 누군가 초대를 해준다면 그 핑계로 전시를 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하면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듯이 때마침 초대전 제의가 들어와 전시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마음공부를 하면서 “한 생각을 잘하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며 생활하고 있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서예를 초대전 한다는 곳이 많지 않은데 좋은 전시장에서 초대전 제의가 들어온 것을 보니 ‘마음공부라는 것이 헛된 것이 아니구나. 생각하면이루어진다’고 선각자들이 말했던 결과가 온 것 같습니다.
-.이번 전시의 주제 및 구성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초대전 제의를 받고 첫 생각에 마음을 주제로 한 전시를 구상하였습니다. 3개월여 밖에 남지 않은 시간적 부담감이 앞섰지만 먼저 대행선사의 뜻으로 푼 금강경 작품에 몰입하여 몸과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작업으로 전시를 준비했습니다. 금강경을 쓸 때에는 종이접기, 먹 갈기 등 모든 준비를 마치고 앉아 정신을 가다듬습니다. 한번 앉아서 쓸 때 6~7시간을 쓰는데 빈번하게 나오는 오탈자를 다시 쓰기를 반복하며 두달가량 정성을 다하였습니다.
전시 작품들은 마음을 다루고 더 나아가 깨달음의 가르침을 준 불경과 선사들의 말씀들이 비중이 많으며, 성경·논어·맹자·채근담·명심보감 등에서 선문하여 창작하였습니다. 특히 대행선사의 법어를 현대에 맞게 이해하기 쉽고 직접 행을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도록 여러작품을 썼습니다. 또한 일부는 2011년 현대불교 신문에 연재하였던 작품들로 함께 선보일 예정입니다.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느꼈던 어려운 점은 무엇이
며,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는지요?
역시 금강경 작품을 쓸 때가 가장 어려웠습니다. 또한 애착이 가는 작품 역시 금강경입니다. 일반적으로 읽혀지고 있는 금강경은 직역을 한 것이지만, 이 금강경은 대행선사께서 도를 닦으며 깨우쳐 대행선사만의 뜻으로 의역을 한 것이므로 의미가 크며, 이것을 가지고 처음으로 작품을 쓴 것이라 의미가 남다르다 할 수 있습니다.
대행선사께서 생생하게 도를 닦으며 깨우친 후 진리를 알려준 것이기 때문에 힘들지만 의욕적으로 작품을 썼습니다. 반야심경 역시 직역이 아닌 대행선사의 뜻으로 풀이된 것을 썼기 때문에 이해하기 쉬울 것입니다.
-.독자들을 위해 이번 전시의 관전 포인트를 말씀해 주십시오.
마음을 주제로 작품화 한 것을 전시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성인들이나 모든 선각자들이 철저하게 마음이야기를 했습니다. 내가 평생을 살면서 마음얘기 들은 것을 행해야 하는데, 그 얘기를 듣고 좋은 얘기야 하고 넘어갈 뿐입니다.
마음이란 것이 눈에 보이지 않아 행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작품들을 통해 행을 직접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각 선사들의 법어와 경에서 나온 글, 또한 좋은 글이라고 표현된 모든 것에서 선문을 하였고, 마음 얘기에 관심을 갖고 행을 하는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전시 작품들은 다양하게 보여주기 위해 대작(大作) 보다는 소품을 위주로 쉬운 내용과 간단한 내용의 글을 가지고 수행하는 방법, 수행의 의미에 대한 일반적인 관념이 아닌 마음공부를 한 관념으로 풀이하여 작품화 하였습니다. 작품을 통해 마음 공부로 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마음공부의 요체는 모든 게 하나라는 것입니다. 예를들어 나무가 있으면 뿌리가 있고, 가지와 잎이 있습니다. 모두 다른 모양이지만, 그 근본인 뿌리가 있어 하나라는 것입니다. 그 뿌리(근본)를 공부하는 것이 마음공부입니다.
세상을 살면서 한 차원 높이는 공부를 할 수 있는 사람이 한사람이라도 더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주제로 하였습니다. 부가 주(主)기 때문에 작업과정을 통해 더욱 공부하여 한 차원 높은 곳으로 가기 위해 대행선사나 다른 선사들의 글을 더 공부하여 작품을 발표하는 것에 매진 할 것입니다.
청우 윤상민 선생은 2003년 백악미술관에서 첫 번째 전시를 개최하였으며, 동아미술제 동아미술상을 비롯하여 대한민국미술대전 등의 공모전에서 입상한 바있다.
대한민국미술대전, 동아미술제 초대작가전, 청년작가전에 출품하며 작품을 발표해 왔으며,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 성신여자대학교, 동국대학교예술대학 미술학과, 동 교육대학원 강사를 역임하였다.
또한 대행선사 법어를 작품으로 써서 달력으로 만드는 일을 20년간 해오며 마음공부에 정진하고 있으며, 2011년 현대불교신문 서화산책 코너에 작품을 1년간 연재하여 독자들의 성원을 받은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