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n>전시 개요>
⁃ 전시기간 : 2019년 8월 28일(수) ~ 9월 3일(화)
⁃ 초대일시 : 2019년 8월 28일(수) 오후 5시
⁃ 전시장소 : 인사동 한국미술관 (전화 : 02-720-1161~2)
농인 김기동 선생이 인사동 한국미술관에서 대형 전시를 연다. <</span>滿空兩柏吾悅耳展(만공양백오열이전)>, 즉 10,252점의 전시이다.
서예가, 전각가, 문인화가, 산수화가, 시조시인, 국문학자이자, 고등학교에서 36년간 우리말과 글을 가르친 교육자, 대한민국서예대전 초대작가, (사)한국서예협회 상임부이사장… 이러한 명칭들로 농인 김기동 선생을 다 설명할 수 있을까. 단언컨대 아니다. 내가 아는 농인 선생은 광폭의 스펙트럼, 깊은 심도, 막강한 저력을 지닌 예술적 에너지 덩어리이다. 어쩌면 이번 <</span>일만작품 서예전>이라는 생각키 어려운 대형 전시조차도 그의 일면만을 보여줄지도 모른다.
농인 선생은 불과 한 달 전인 7월 1일, 금강산 여행기록 《금강에 살으리랏다》(이화문화출판사刊) 두 권을 출간하였다. 분명 이 책의 출간 마무리 과정은 전시 준비 기간과 포개졌을 것이다. 그럼에도 방대한 여행기 2권과 10,252점의 작품이라니!
일단 하나씩 짚어가면서 나아가보자.
금강산기행록 《금강에 살으리랏다》 출간
전시 소개에 앞서 금강산기행록 《금강에 살으리랏다》를 잠깐 언급하면서 ‘저술가’로서의 농인 선생을 살펴보기로 한다.
농인 선생은 2005년 겨울과 2007년 봄에, 두 차례 금강산 여행을 육로를 통해 휴전선을 넘어서 다녀왔다. 그리고 여행 다녀온 뒤 14년이 되는 2019년 7월에 겨울과 봄날, 두 권의 여행기를 출간하게 되었다. 첫 번째 겨울 여행 2박 3일의 기록은 《금강에 살으리랏다》의 두 번째 권에 해당하는 <</span>겨울, 개골산에 살으리>이다. 그리고 두 번째 봄 여행 1박 2일의 기록은 《금강에 살으리랏다》의 첫 권에 해당하는 <</span>봄날, 금강산에 살으리>이다. 8년의 준비과정을 거쳐 펴낸 역작이다. 이 책은 천하절승 금강산을 보고 싶은 사람들의 갈증을 풀어줄 탐방의 대 기록이다. 이 시대 금강산 관광의 역사의 모든 기록일 뿐만 아니라, 금강산 관광의 준비와 시작, 진행과 발전, 중단되는 과정에 이르기까지의 전체의 내용을 상세히 기록해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참고로, 농인 선생이 출간한 저서는 농인 김기동 일만작품 서예전 <</span>만공양백오열이전> 서집까지 23권이다. 시조집 4권, 서예작품집 6권, 전각의 이론서와 작품집 5권, 문인화 작품집 2권, 기행 수필 2권, 편저와 논문이 3권이다. 특히 1998년 간행한 방대한 전각에 대한 이론서인 『전각의 이론과 기법』은 예술서적으로는 유일하게 그 해 문화관광부 선정 <</span>우수학술도서>로 지정되기도 하였다.
1년3개월만에 완성한 10,252점 서예전
농인 선생은 다섯 차례의 서예 개인전을 치렀다. 1996년 <</span>예술의전당> 서예관 전관에서 <</span>농인자고전>을 시작으로, 2002년 <</span>농인자운서전>을, 2003년 <</span>농인사군자전>과 2005년 <</span>농인묵난전> 두 차례의 사군자전을 개최하였고, 2014년 뉴욕 한인회 초청 서예 개인전을 뉴욕 코로나파크 특별 전시장에서 개최하였다. 전시마다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농인 선생의 이번 전시는 특유의 유려하고, 호방하며, 만연하고, 독창적이며 힘이 넘쳐나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농인 서예는 다른 예술장르와 마찬가지로 전통에 이어져 있으면서 현대화된 독특함이 충만하며, 새롭게 해석한 창작으로 그만의 독창성이 가득하다.
자, 이제 일만작품 서예전 <<</span>滿空兩柏吾悅耳展(만공양백오열이전)>에 대해 살펴보자.
전시 명칭부터 특이하다. ‘滿空兩柏吾悅耳展(만공양백오열이전)’은 ‘하늘에 가득한 드리운 두 잣나무가 나를 기쁘게 하는 서예전’이라는 뜻이다. 이 말을 숫자로 바꾸어 적으면 ‘일만 이백 오십이 점 서예전’ 곧, 10,252 점 서예전이 된다.
농인 선생은 2015년 정월 초하룻날부터 2016년 3월말까지 1년 3개월 동안 10,252점을 창작하였다. 그 중에서 2천2백 점을 엄선하여 전시한다. 만 점의 서예전을 개최할 전시장은 서울 어디에도 없다. 그나마 일부라도 전시할 장소는 인사동 <</span>한국미술관>과 서초동 <</span>예술의전당> 두 곳 밖에 없다. 서예관객의 접근성을 고려하여 한국미술관으로 정했다고 한다.
1년에 1만 점을 창작하려면 일요일 52일을 빼고, (사)한국서예협회 업무와 외부행사 참석 50일, 서실 지도 50일 등 모두 150일을 제하고 나면 작업할 수 있는 날은 210일에 국한된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1년에 10,000점을 창작하려면 매일 48점 이상을 완성해야 가능하다. 완벽하게 몰두한다고 해도 쉬 짐작이 가진 않는 수치(數値)이다.
농인 선생은 2015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1년 동안 완성한 작품을 헤아려보니 8,300여 점 정도 완성했다. 2016년 3월까지 작업 기간을 연장하기로 하고, 다시 몰입하여 목표했던 10,252점을 채울 수 있었다고 했다.
‘초서형 목간 현대적 필획의 새로운 해석 작업’이라는 업적 이뤄
1만 점의 작품이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살펴보면 또 한 번 놀랄 것이다.
이번 전시에는 예서 곧, 한대 목간의 변형과 한대 목간 초서형이 주종을 이룬다. 5,000점 중에서 약 1,000 점을 전시한다.
농인 선생은 평소 자전 속에서 잠들어 있었던 목간 초서의 현대화 작업을 계속해 왔다. 특히 이번 전시에 작가가 처음 시도한 초서형 목간의 특징을 살린 작품 소형화와 현대적인 필획의 새로운 해석 작업은 큰 공적일 것이다.
선생의 목간 초서 현대화는 2200년 전 한대(漢代)에 편만하게 유행했던 전통서예 목간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한대 목간 초서의 문제점은 불분명한 자형의 해석이다. 그렇지만 작가의 능란한 초서 필사 능력과 초서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심도 있는 연구로 문제를 잘 극복하였다.
이번 <</span>농인 김기동 일만작품 서예전>에 전시되는 전서는 갑골, 금문, 초전(楚篆), 그리고 약간의 소전, 네 종류이다. 500점 중에서 200여 점의 갑골문 작품을 전시한다. 갑골문 필획의 특징인 직선 위주의 필획 해석을 벗어나 필획을 곡선 처리하여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였고, 무변화의 선질을 변화와 전절을 통해 생동감 넘치는 독특한 획선으로 완성해냈다.
이번 서예전에 전시된 전서 작품의 특징으로 초전(楚篆) 곧, 초나라의 전서를 대량으로 작품화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서예계에 소개된 지 얼마 안 된 서체인 초전문(楚篆文)은 필획의 특징이 분명하다. 곡선 위주이고, 기필은 무겁고 수필은 첨예하다. 한대 이전의 전서 자형과 차이점이 많고, 필획의 생략이 많으며, 이체자가 많을 뿐만 아니라 전주되어 쓰인 자형이 많아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서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인 선생은 초전문(楚篆文)을 활용하여 1400점에 이르는 방대한 양의 초전(楚篆) 작품을 완성하였다. 서예작품의 영역을 확대하였음은 물론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아야 할 부분이다. 전시되는 작품 500점은 모두 새롭고 생경하다.
이번 전시작의 크기도 다채롭다.
크게 일곱 가지 크기로 나뉜다. 7,000여 점을 창작한 전지 1/6의 소작이 약 1,500점으로 제일 많이 전시된다. 그 다음이 1,800점을 창작한 전지 1/3 크기로, 이 가운데 약 600점을 전시한다. 전지 1/2과 대련, 전지, 그리고 60×160cm 규격과, 국전지가 약 160점 정도이다.
대작 위주가 아닌 소품 중심의 서예 창작은 서예 현대화의 새로운 흐름이다. 농인 선생의 이번 전시는 규모를 넘어서 현대적인 필획, 전통의 현대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에 더 큰 의미가 있다. ‘1만 점’은 농인 선생의 예술세계에서 끊임없이 모색하고, 시도하며, 실험하고, 추구하며, 도전하는 예술 행위가 수량으로 표현된 것일 뿐이다. 어쩌면 그 수량조차 수량의 뒷면까지 다 보여주지는 못할 것이다. 수량으로 다 추측하지 못한 그 뒷면은 반드시 전시장에서 직접 작품으로 확인해보실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