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접한 서예의 기억을 잃지 않고 성인이 되어 다시 붓을 잡았다.
서실을 오간 세월이 시나브로 서른 해가 다 되어 가고,
모르는 사이에 서예는 내 인생의 중심이 되었다.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길수록 淺學菲才에 좌절을 느끼기도 했다.
서예가 무엇인지 아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우선 재미가 있었고,
막연하지만 어느 날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만으로 붓을 들어 오늘에 이른 것이다.
누군가 내게 서예에 대해 물으면‘내용은 문학성이 있을 것, 조형은 예술성이 있을 것, 동시에 정신성이 내재되어 氣韻生動 할 것, 그래서 동양예술의 精髓인 것’이라고 답한다. 나의 대답에 충실하고자 틈을 내서 책을 읽으며 그것으로 내 안을 채워간다.
어쩌다 마음을 울리는 글감이라도 만나면 설레어 빨리 붓을 잡고 싶어진다.
그대로 붓을 들어 화선지를 채워 나가면 나는 나만의 멋에 빠져든다.
스스로 세뇌시킨 과정에 스스로 沈潛해 가는 이 여정이 즐겁다.
‘花開花謝春何管 雲去雲來山不爭’
(꽃이 피건 지건 봄은 상관 않고, 구름이 가건 오건 산은 따지지 않네) 문득 梅月堂선생의 시 구절이 눈에 들어온다. - 봄처럼 산처럼 그렇게 서예를 즐기련다.
2021년 9월 佳乙小窩에서 金 文 姬
처음에는 코로나19로 바깥출입도 자유롭지 못하니 공부나 하자는 마음으로 전 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한 작품씩 써보고 싶었던 명제들을 작품화 하면서 많은 생각이 오고 갔습니다.
작품은 그 사람이라는데 작품을 통해 드러나는 나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답습을 넘어 나만의 빛깔과 향기를 가진 서체로 나아갈 수 있을까? 美란 무엇이고 글씨로 아름다움을 어디까지 형상화할 수 있을까?
여러 가지 생각들 속에서 이번 전시는 그동안 배운 것들을 정리한다는 생각으로 어지러운 마음을 달래 보았습니다. 20개의 작품을 낙관을 찍어 표구사로 보내며 더 연습하여 쓰지 못한 것을 후회하며 아쉬워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전시를 준비하면서 작은 성과도 있었습니다. 나에 대해 알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내가 얼마나 부족한지 특히 부족한 점은 무엇인지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더 공부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좋아하는 것에 몰두할 수 있는 것은 큰 행복이라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졸작이지만 여러분 앞에 감히 내어 놓습니다. 기꺼이 질책 받을 각오를 하면서
흔들리며 가고 있는 저를 한결같이 같은 곳에 서 계시면서 지도해 주시는 한얼 이종선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제 곁에서 따뜻한 격려와 응원 을 보내주시는 동학 제위와 가족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