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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당 조성주 여덟 번째 개인전 <亂場, 同想異夢_봄날은 간다>
  • 이용진 편집주간
  • 등록 2020-04-06 15:00:58
  • 수정 2020-04-29 09: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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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최초 ‘1C+4D’ 캔버스 작품으로 펼치는 동서양의 초대형 하모니!!
  • 전시기간 : 2020. 4. 15 - 4. 28 (2주간) / 인사동 한국미술관 2,3층 전관

국당 조성주 詩·書·畫 古稀정중히 초대합니다.


개막식 : 2020. 4. 20(월) 오후5시

(코로나19 감염 차단을 위해 시행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 시책이

4월 19일까지 연장됨에 따라 개막식을 4월 20일(월) 오후5시로 변경합니다.)



2020 새봄!!

부디 貴 가정의 강녕과 행복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이번 저의 고희 展을 준비하는 중 느닷없는 疫疾의 습격으로 인하여

저 나름 開展 與否를 놓고 참으로 번민에 번민을 거듭했습니다.

그러나 용기를 내어 아래와 같이 諸賢들께 펼쳐 보여 드리려 합니다.

부디 오셔서 자리를 빛내주시고 많은 지도와 격려의 말씀을 기다립니다.

감사합니다.


2020년 4월 일

菊堂 趙 盛 周 頓首





서예가·전각가 국당 조성주 선생의 여덟 번째 개인전이 열린다. 2012년 5월, 법화경을 완각하여 가진 <완각 하이퍼 전각 법화경 佛光전> 이후 8년만이다. 이번 전시회는 국당 선생 고희(古稀) 기념전으로 역시 독특한 작품을 제작하였다.

국당 선생은 전시 때마다 늘 화제가 되었고,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집중적으로 받기도 하였다. 평범하지 않은 차별화된 작품을 선보이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회 또한 그럴 가능성이 크다.

국당 선생은 이번 작품에 대하여 “23년 전부터 한시를 읊어 왔는데 그간 약 600여 수의 근체시를 지었고, 이번에는 그 가운데에서 주로 춘시(春詩)를 골라 작품으로 표현하였다.”라고 하였다. 다만 그는 “따로 한시를 사사한 바는 없고 독학으로 했기 때문에 여러 면에서 부족하겠지만 시(詩)란 곧 그 사람의 사상과 예술적 성향이 압축되어 있기에 작품의 소재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작은 크게 두 가지 형식으로 나누어진다.

먼저 인사동 한국미술관 2층 1,2,3전시실 전관에는 필묵작품들이 전시된다. 전서(篆書), 예서(隸書), 해서(楷書), 행초서(行草書)를 고루 선보이나 그 가운데에서도 행초서에 무게를 두어 특별한 디자인을 가미하였다.

한편 인사동 한국미술관 3층 1,2,3전시실 전관에는 심화(心畫) 작품들이 전시된다. 심화(心畫) 작품은 서화계에 나타나는 비슷비슷한 그림 세계를 보며 나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해야겠다 싶어서 서양화 재료 캔버스에 아크릴 물감을 사용하여 ‘서양화+디자인+서예’를 결합하여 동서양의 하모니를 함축적으로 표출한 것들이다.


▲ 조성주 作, 멀티그래피 9 - 卽事 즉사, 250×150cm


전시마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작가 국당 조성주


구체적으로 전시 작품들의 특징을 살피기 전에 국당 조성주 선생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기로 한다. 국당 선생은 서화계에 워낙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이번 전시작들이 어떻게 해서 나오게 되었는지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국당 선생은 동양예술학을 전공한 철학박사로, 전통 서예가이면서도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을 해 온 평범하지 않은 작가이다. 국당 선생의 서예 원천을 살펴보면 초등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으니 60여 년의 뿌리를 깊이 내리고 있으며, 본격적으로 서예 수업에 정진한 바로는 약 47년 정도이다. 국당 선생의 스승은 한국 서예계의 원로서예가로 존경 받고 있는 구당 여원구(丘堂 呂元九) 선생이다. 국당 선생은 이십대 중후반에 구당 선생을 뵙고 오늘에 이르도록 서예와 전각공부에 깊이 있게 매진하여 독창적 예술 세계를 형성하게 되었다. 국당 선생은 “오늘의 내가 만들어지기까지는 내 곁에 훌륭하신 스승님이 계셨기에 가능하였다.”라고 말한다.


국당 조성주 선생은 필묵 대붓 퍼포먼스를 창시하여 관, 민, 기업, 방송 등에 약 200여 회 공연을 함으로써 서예 대붓 퍼포먼스를 유행시키기도 하였다. 특히 이상봉 패션디자이너와의 협작으로 필묵작품을 패션에까지 올리는 역할을 맡기도 하였다.

또 한편으로는 음악에도 조예가 깊어 가수로서 자신의 가요앨범을 4집까지 출시하였고, 색소폰, 기타, 드럼, 키보드 등도 즐겨 연주한다. 최근에는 국민대학교에서 시니어 모델교육을 모두 이수하여 모델로 데뷔한 바 있는 독특한 이력을 지닌 서예가이다.

그렇게 다방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여 큰 영향력을 발휘한 국당 선생은 “서예, 전각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취미로 나에게 영감을 주는 지엽(枝葉)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국당 선생은 1997년에 불교 경전 《금강경》 5,400자를 약 10여 년에 걸쳐 1,200여 방의 대소 낙관석 인재에 모두 새겨 1997년 한국 기네스북에 등재되었다. 또 2012년에는 역시 불교 경전인 《법화경》 7만여 자 전문을 약 5톤가량의 낙관석 인재에 불화(佛畫)와 함께 새겨 펼쳐 보였다. 또한 대구 팔공산 동화사에 가로 25미터, 높이 2.5미터의 정밀 석각 《법화경》 완각 벽화를 제작함으로써 한국 최고 기록은 물론 사계의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바도 있다.

국당 선생의 이번 개인전 작품은 이처럼 매우 방대하면서도 개성 강한 특징을 펼쳐 온 것의 연장선상에서 보여주는 새로운 전시라고 하겠다.


국당 선생은 이번에도 또 다시 ‘대형 사고’를 치려고 한다. 인사동 한국미술관 2층 412평과 3층 213평 등 2층과 3층 전관에서 4월 15일부터 28일까지 2주일 동안 ‘꽃 봄맞이’ 대형 전시회를 갖는다. 전시의 규모 면에서도 이만한 대규모 개인전은 찾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이제 본격적으로 전시 작품에 대해 살펴보자.


희묵도지(戱墨塗之) : 자작 한시 봄시(春詩)로 꽃봄을 디자인하다


인사동 한국미술관 2층 전관에는 약 250여 점의 대소 필묵 작품이 전시된다. 서체별로는 전(篆)·예(隷)·해(楷)·행(行)·초(草)·한글 등 각체가 고루 전시되며, 행초서 작품이 주를 이룬다. 작품 형태상으로는 주로 국전지(70×200cm) 화선지에 구사한 작품이 대다수이다. 내용상으로는 작가의 자작 한시 중에서 ‘봄’을 소재로 한 한시를 골라서 한 작품이 80%에 이른다. 이번 필묵 전시회는 현시점에서 보는 국당 조성주 선생의 반세기 서예술 세계의 평가전이라 할 수 있겠다.

서예작품 가운데에는 매우 독특한 작품도 눈에 띄는데 조형적으로 구성한 판넬 작품을 비롯하여 그가 디자인하여 처음으로 발표하는 이른바 ‘멀티 그라피(Multi-Graphy)’라 하는 장르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이 작품들은 여러 조각의 화면이 모여 한 화면으로 그림이 나오는 전광판 영상을 보고 영감이 떠올라 발상이 되었다 한다. 다시 말해서 하나의 서예작품이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져 다중의 입체적으로 진열하는 방식의 실험작품이다. 국당 선생은 늦은 나이에 학부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는데, 서예작품의 제작에 있어서도 늘 디자인적 제작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한편 이번 전시작품 진열 또한 일반적 전시회와 좀 다른 진열법을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예컨대 벽에 거는 작품의 높낮이를 달리한 입체적 진열이라든가 전시장 바닥의 활용 등의 방식이다. 국당 선생은 “전시장 벽뿐만이 아니고 내부 다른 공간 또한 진열 공간이 될 수 있다. 물론 전시물이 어지럽지 않은 범위 안에서 설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렇듯 이번 필묵 작품과 전시방식은 다른 장르의 예술세계를 들여다보면서 자신의 서화 예술세계와 연관시킴으로써 영감을 얻어내어 착상을 하는 국당 선생의 독특한 창작 정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번 전시 서예 작품들의 키포인트 ‘시중유화 화중유시(詩中有畵 畵中有詩)’이다. “시에 그림이 있고, 그림 속에 시가 있다.”는 소동파의 평문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시가 넘쳐서 글씨가 되고, 글씨가 변해서 그림이 된다.”는 말로 부언하지 않더라도 그림에는 시정(詩情)이 넘치기 마련이다. 여기에서 화(畵)는 서(書)이니, 곧 ‘시중유서(詩中有書) 서중유시(書中有詩)’일 것이다.


▲ 조성주 作, 虎家 1 (A tiger family 1), 67×52cm, Canvas, Acrylic Paint


1C+4D : 종심난필(從心亂筆)로 봄의 향기를 칠(漆)하다


이제 심화(心畫) 작품에 대해 살펴보자. 인사동 한국미술관 층 1, 2, 3 전시실 전관을 채울 작품들은 전통 서예가가 서양화 캔버스에 그리고 디자인한 ‘1C+4D’ 곧, 심화 작품들이다. 전통 서예가의 표현이라고는 도저히 납득이 안 가는 작품들이다. 서양화인지 디자인인지, 아니면 서예인지 분간이 어려운 작품들로 채워진다. 국당 선생은 “그저 영감대로 그리고, 칠하고, 뿌리고, 흘리고 하였다.”며 이른바 ‘심화(心畵, Mind painting)’라고 말했다.

학부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국당 선생은 두 아들 또한 미술과 디자인을 전공하였다. 이런 환경에서 본인도 디자인을 전공하였으므로 자연스럽게 이 같은 작품이 창작된 것으로 보인다. 이들 작품은 국당 선생이 약 5여 년 동안 한 점 한 점 작업하여 이른바 ‘1C+4D’라 스스로 명명(命名)한 작품이다.

‘1C+4D’란 서예(Calligraphy)를 가미한 4가지, 즉 Design(디자인), Diversity(다양성), Deep-felt(심도사상, 深度思想), Daub(조조칠, 粗糙漆) 등을 가리키는 것으로, 그것에 중점을 두고 작업을 하였기에 붙인 것이다. 국당 선생은 이러한 원칙을 두고 이탈리아, 독일 등에서 수입한 고급 캔버스와 원액의 물감을 써서 매우 거칠고 두꺼운 화면으로 꽃 봄을 표현해냈다. ‘시중유화 화중유시(時中有花 畵中有時)’라 했다. 화려한 색채가 눈길을 끈다.

국당 선생은 “이번에 내놓는 심화 작품에는 몇 가지 ‘무(無)’가 있다. 즉 무필(無筆, No brush), 무수(無水, No water), 무법(無法, No law), 무교(無巧, No skill) 등이 그것이다. 이 작품들은 거의 아크릴 물감 원액을 쓰는 편이며, 되도록 화필을 사용하지 않았다. 화구로는 나무 주걱, 고무 롤러, 플라스틱 자(尺), 또는 심지어 손바닥, 발바닥 등을 사용하였으니 법이 있을 리 만무하다. 나는 이 심화(心畵) 작품을 하게 됨에 화선지 대신 캔버스를 쓰고 먹 대신 아크릴 물감, 붓 대신 나이프와 고무 롤러 나무 주걱, 또는 심지어 맨손, 맨발바닥 등을 화구(畵具)로 사용하였고, 원액의 물감을 튜브나 병째로 거의 쏟아붓는 방식의 기법을 써서 거칠고 투박한 화면을 구사하였다. 대다수의 작품에는 서예적 요소를 가미 디자인하여 표현하였는데 이는 동서양의 하모니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라고 밝혔다.

국당 선생이 사용한 이 작품들의 제작기법으로는 몇 가지가 있는데, 대체로 살펴보면 두꺼운 물감을 긁어내어 그 층 밑바닥의 채색을 부분적으로 드러내는 즈크라피토(sgraffito)를 비롯하여 통킹(tonking), 나이프 페인팅(knife painting), 압출기법(Extruded paint), 스텐실 기법(Stenciling), 스크레이핑(Scraping), 크레용을 사용한 왁스드로잉(Wax Resist), 뿌리기(Spattering), 임파스토(Impasto), 흘리기 등 나름 아크릴 물감에 있어서의 표현 가능한 다양한 기법을 활용하여 추상 및 반추상 등의 작품으로 그려냈다. 캔버스 천 또한 거친 표면의 질감을 얻기 위해 대마로 짜낸 황목(荒目)을 사용하였다.

그는 이번 이 작품을 제작하기 위하여 가로 10미터, 세로 2.1미터의 거친 바닥의 이탈리아 제품 황목(荒目) 캔버스 천 4개 두루마리를 사용하였고, 아크릴 물감은 그 수를 헤아리기 쉽지 않을 만큼 대용량의 원액물감을 사용하였다.

그가 제작한 이런 이 작품 중에는 세로 1.6m, 가로 8m의 <상춘은륜도(賞春銀輪圖)> 및 세로 2.1m, 세로 6m의 <화춘도(花春圖)> 대작도 함께 전시된다. 특히 <상춘은륜도>는 어느 봄날 강원도 산길을 내달리는 수십 대의 자전거 대열을 보고 영감을 얻어 서예를 가미하여 제작하게 되었다고 하며, 기타 모든 작품들은 평시 생활 속에서 우연히 얻은 영감에 따라 한 폭 한 폭 제작하였다 한다.


<亂場, 同想異夢>은 파격과 파르티잔(Partisan)의 현장


작가의 스승 구당 여원구 선생은 작품집에 수록한 축사에서 이렇게 밝혔다.

“그동안 국당의 서적(書跡)을 보면 진(秦)·한(漢)·위(魏)의 서법을 거쳐 명청(明淸)의 대가(大家) 명필(名筆) 제가(諸家)에 이르기까지 심취(心醉) 궁구(窮究) 자득(自得)해서 호방 표일하고 리듬감 넘치는 연면체(連綿體)를 구사(驅使)하여 피안의 세계로 달려가고 있다.

그가 이번에 맞는 고희를 겸하여 그동안 자음(自吟)한 600여 수의 한시를 바탕으로 제작한 서화작품들을 스스로 <난장, 동상이몽(亂場, 同想異夢)>이라 명명하고 펼치니 서예가로서 동서양을 넘나들며 펴 보이는 이 펼침은 종래와는 사뭇 다른 전시회로 보인다.

더하여 서양화 소재에 서예와 다자인을 접목시킨 그림은 다채롭게 진일보하여 이체를 보여주고 있어 이 또한 매우 흥미있고 고무적이며 신선감있는 일로 여겨지는 바 이는 국당이 긴 세월 수련해온 그의 역량을 새롭게 발표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평소 국당을 잘 아는 명지전문대 이경교 교수는 그를 이렇게 평한다.

“서예가 국당은 이미 시(詩)·서(書)·각(刻) 3절로 끝이 아니라 오늘의 심화(心畫) 유화 대작을 통해 독특한 추상을 이끌어 낸 화가이기도 하다. 그는 글씨와 그림의 경계를 허물었으며, 글씨와 그림이 디자인 속으로 삼투되는 일대 난장(亂場)을 펼쳐놓고 있다.

그는 특히 이번 전시를 통해 표현 양식의 다변화와 입체성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종래의 서예전에서 볼 수 없던 파르티잔(Partisan) 의 도발성!!

이번 전시는 뜻밖의 정경은 물론 예측할 수 없는 독창성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경악과 충격이다.”


철학박사이자 서예평론가인 송민 이주형 선생은 작품집 평문에서 이렇게 밝혔다.

“갑골문, 금문에서 전국시기 육국문자, 한전과 죽목백서, 한예, 해·행초를 망라하여 국문까지 망망자해(茫茫字海)를 모두 보여주고 있다.

글씨를 논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기운생동과 음양 대대를 거든다는 것은 모두가 낭비요, 사치다. 꽉 찬 가슴을 열어 제끼고 먹을 친구삼아 함께 유희하며 여기저기 내던졌다. 해의방박(解衣磅礴), 희묵도지(戱墨塗之)다.

난장판이 벌어진 그곳에서 일부러 심어 가꾸지 않더라도 스스로 자란 방초들의 꽃이 피고 향기가 떠돈다. 난장상춘(亂場賞春)이다. 글씨 속에 그림이 있고, 그림 속에 글씨를 써서 그림인지 글씨인지, 글씨이기도 하고 그림이기도하고, 동상이몽(同想異夢)의 몽유도원이 펼쳐진다.”


▲ 조성주 作, 花春 10 (A Spring day of blooming flowers 10), 60×52cm, Canvas, Acrylic Paint


전시 맞춰 한시집 『눈발 휘날리니 국화 피네』와 천자문 10종 출간


국당 조성주 선생은 이번 전시회에 600수의 자작 한시를 엮어 한시집(漢詩集) 『눈발 휘날리니 국화 피네』와 각 체로 쓴 10종의 천자문도 함께 출간한다. 국당 선생의 이번 한시집 출간은 또 다른 의미를 지니는데, 직접 국당 선생의 말을 들어보자.

“한시는 제법 길거나 짧은 어떤 이야기를 지은이의 사상에 의해 지극히 규정된 법칙의 틀 안에 아주 간결하게 줄여 표현한 문장이다. 고체시(古體詩)에 비해서 근체시(近體詩)는 특히 그 규율이 엄격하다. 이와 같기에 한시를 읊조린다는 것은 그게 어려운 것이다.

많은 고전을 섭렵하여 머릿속에 지식이 꽉 차 있어도 시감(詩感)이 안 떠오르면 음풍농월(吟風弄月)이 어렵거늘 천문비재(淺學菲才)한 나의 실력으로 문(文)을 만들고 장(章)을 엮는다는 게 쉬울 리 없다. 다만 그래도 이 또한 공부하는 것이라는 마음으로 시시(時時)에 맞춰 기록하다 보니 어언 600여 수쯤 되었다. 이번에 펼치는 내 여덟 번째 개인전의 서예작품 9할은 자음춘시(自吟春詩)를 골라 작업했다. 내 작품에 내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


국당 선생의 이번 전시는 고희(古稀)를 기념한 전시이기도 하다. 국당 선생은 “70회 봄을 보냈다. 그러면서 확인한 것은 봄은 머물러 있지 않고 여전히 가더라.”라고 말했다. 여전히 가는 봄은 내년이면 또 다른 봄으로 온다. 내년의 봄은 올해의 봄과 다를 것이고, 올해의 가는 봄은 내년에 오는 봄을 맞는 또 다른 시작이 아닐까.

국당 선생의 이번 전시 주제는 ‘동상이몽(同想異夢)’으로 ‘꽃 봄’이다. ‘동상이몽’이란 자신의 예술 사상이 필묵(筆墨), 심화(心畫) 등에서 다양하게 복합적으로 표현되었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다.

‘동상이몽(同床異夢)’에서 ‘상 상(床)’을 ‘생각할 상(想)’로 바꿔 ‘동상이몽(同想異夢)’이라 명명한 것은 “나의 사상은 똑 같은데 나는 항상 다른 꿈을 꾼다. 예술세계에서는 항상 다른 꿈을 꾼다. 한 사람이 가진 생각은 동일한데, 작가로서 늘 이상을 가진다는 의미이다.”라고 밝혔다.

국당 선생에게 있어 ‘동상(同想)’은 곧 기본이요 근본 틀이다. ‘이몽(異夢)’은 벗어남이고 떠남이다. 그리하여 ‘수(守)·파(破)·리(離)’, 곧 ‘수(守)’는 동상(同想)이요 지킴이다. ‘리(離)’는 이몽(異夢)이요 떠남이다. 그 가운데 ‘파(破)’가 자리하니 그게 바로 이 전시의 키워드 중 하나인 ‘봄날은 간다’이다.

국당 선생은 지금까지 서예전, 전각전, 음반 출반, 대붓 퍼포먼스, 캘리그라피 전시, 패션 모델, 상표 디자인 등 숱한 ‘판’을 펼쳤다. 그건 모두 국당 선생의 강한 신명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그 강한 신명은 따로 노는 것 같지만 결국 하나로 모이는데, 그곳이 바로 서(書)요, 화(畵)이다. 그 서화로 한판 신명나는 판을 벌였으니 그것이 곧 ‘동상이몽(同想異夢)’의 ‘난장(亂場)’이다.

자, 이제 ‘난장’ 안으로 발걸음을 한 걸음 옮기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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