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장관 조윤선, 이하 문체부)는 10월 6일 위작 유통을 방지하기 위한 미술품 유통 투명화 및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는 미술품 유통시장의 공정한 거래관행을 확립함으로써 위작 범죄를 억제하고 한국 미술시장의 안정적 성장 발판을 마련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앞서 문체부는 지난 6월 9일 미술품 유통 투명화 및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를 시작으로, 7월 7일과 8일 이틀에 걸쳐 국내외 전문가 세미나를 진행하였고, 추가 의견 수렴을 위해 8월 26일 토론회를 한 차례 더 개최한 바 있다. 문체부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6월 9일 첫 토론회에서 제시했던 검토 과제들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도록 수정·보완해 최종대책을 발표했다.
문체부는 ‘(가칭) 미술품 유통에 관한 법’(이하 미술품유통법)을 제정한다. 이 법안에는 ▲미술품유통업 신설, ▲미술품 자체 이력 관리 의무화, ▲이해 상충 방지 조항 도입, ▲미술품 감정업 등록제 도입, ▲‘(가칭)국립미술품감정연구원’ 설립 등이 포함된다.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 목표
문체부는 내년 초까지 입법과정을 완료한 후, 내년 하반기부터 법이 시행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경과 규정이 도입되는 일부 규정들의 경우 2년이 경과한 이후에 의무화될 계획이다.
미술품유통업 신설: 화랑 등록, 경매 허가, 기타 미술품판매업 신고
미술품 위작의 가장 큰 문제는 누가 위작을 제작하고 유통하는지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술품유통법’에서는 미술품유통업을 화랑업, 미술품경매업, 기타 미술품판매업으로 분류하고, 화랑업은 등록, 미술품경매업은 허가, 기타 미술품판매업은 신고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렇게 등록·허가·신고 없이 미술품 유통을 하는 경우에는 과태료 등을 부과할 계획이며, 유통업자들이 이를 준비할 수 있도록 2년간의 경과규정을 도입해 2019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기존 화랑이나 경매 등 미술품 중개나 판매를 하는 업체가 허가·등록·신고 요건을 갖출 수 있도록 2년간의 유예 경과규정이 도입될 예정이다.
또한 위작 범죄에 연루된 경우는 유통업 허가·등록 등이 취소되어 일정기간 동안 영업을 하지 못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미술품유통업자에게 작품 보증서 등의 발급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시장 질서를 확립하도록 하고 있다.
미술품유통업자의 자체적 거래이력 관리 의무화
문체부는 유통업자들이 거래하는 미술품의 이력을 자체적으로 관리할 것을 의무화해 유통업자 스스로 자신이 거래하는 미술품 유통에 대한 관리 책임을 갖도록 할 계획이다. 이는 6월 9일토론회 때 제시되었던 ‘미술품 등록제’ 및 ‘미술품 거래이력신고제’를 완화한 조치로서 미술품 구매자 정보는 이력 관리 필수항목에서 제외될 예정이다. 이러한 조치는 구매자가 노출될 경우 미술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미술계의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미술품 유통업자에게 최소한의 의무만을 부과하겠다는 취지이다.
이해 상충 방지 조항 도입 및 미술품 감정업 등록제 도입
문체부는 당초 미술시장이 내부 견제를 통해 자율적으로 위작 유통을 억제할 수 있도록 화랑, 경매, 감정업자 간의 겸업금지 도입을 검토하였으나, 미술계 등 의견 수렴 과정에서 겸업금지 대신 이해관계 상충 방지 조항을 도입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또한 미술품 감정업을 등록제로 운영하고, 미술품 감정업자에게 소속 감정인의 이해관계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관리감독 책임과 소속 감정인의 윤리교육 의무를 부과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를 보호하고, 독립성과 신뢰성을 담보한 감정 체계가 구축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겠다는 취지이다. 당초 문체부는 미술품 감정사 자격제도 도입을 검토하였으나, 자격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미술계 의견에 따라 향후 별도의 연구 등을 거쳐 도입 여부를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가칭)국립미술품감정연구원 설립
문체부는 공공기관으로서 미술품 위작 관련 수사 및 사법절차와 과세 징수 절차 등에 있어, 담당 기관이 요청할 경우 이러한 공적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미술품 감정 전문 연구기관을 설립할 예정이다. 또한 감정 기법 연구·개발, 감정인력 교육 등을 지원함으로써 미술품 감정업계가 전문성을 향상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뒷받침해나갈 계획이다.
위작 관련 범죄 처벌 명문화 및 단속 강화
문체부는 「미술품유통법」상 위작 관련 범죄 처벌을 명문화하고, 내부에 미술품유통단속반을 두어 단속을 강화한다. 미술계에서는 이러한 제도 도입이 즉각적이고 실질적인 위작범죄 억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별사법경찰 도입 법무부 협의
문체부는 ‘미술품유통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위작 범죄의 전문적 수사를 위해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개정 등을 통해 특별사법경찰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화랑 경영정보화 지원
문체부는 소장품이나 위탁 작품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어려운 여건 속에 있는 화랑들의 경영정보화를 지원하기 위해 미술품 관리시스템을 개발하고 보급할 계획이다. 이는 작가를 발굴·육성하는 화랑이 더욱 경영 전문성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미술생태계의 발전을 도모하려는 취지이다.
표준계약서·표준감정서 개발 및 보급
문체부는 미술품 거래 시 사용될 표준계약서와 미술품 감정에 사용될 표준감정서를 개발하고 보급함으로써, 작품 매매나 감정평가 시 필수적으로 제공되어야 할 정보나 기재 항목 등을 표준화하고 사용을 독려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미술품의 진위 등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없는 일반 소비자를 보호하고 미술시장의 신뢰 회복을 도모한다는 취지이다.
화랑-경매 상생협약 체결 등 유도
문체부는 지속 가능한 유통생태계를 만들 수 있도록 화랑과 경매 간 상생협약 체결을 유도하고 이행 여부 등을 점검해나갈 계획이다. 또한 이행 상황에 따라 2019년 이후에 겸업금지 입법화를 재검토할 예정이다.
미술품 소비창출 지원
문체부는 이러한 일련의 미술품 유통 투명화 대책이 미술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미술계의 우려에 따라 미술품 소비를 창출할 수 있는 지원책도 제안했다. 이를 통해 미술품 소장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미술품 구입 시 무이자할부 지원
문체부는 일반 국민들의 미술품 구입에 대한 재정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 내년 하반기부터 500만 원 이하의 미술품 구입 시 시중 은행사와 카드사 등과 연계해 무이자할부를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문체부는 최근 공유경제나 자동차 등 각종 제품의 대여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 발맞추어 미술품 대여 시장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이는 판매되지 않고 작가의 작업실에서 잠자고 있는 작품을 학교 및 공공시설 등에서 손쉽게 대여할 수 있도록 기초 인프라를 지원함으로써, 작가는 작품 대여를 통한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하고 일반 국민들의 미술 향유권을 증진시키려는 취지이다.
이외에도 문체부는 법인의 미술품 구입에 대한 손금산입 한도 상향 조정 등 미술품 구입에 대한 세제 지원을 위해 관계부처 등과 지속적으로 협의할 예정이다.
문체부 정책 담당자는 “이번 대책이 국민이 신뢰하는 미술시장, 모두가 상생하는 미술유통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초석이 되기를 기대한다”라며 “이 제도가 잘 정착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