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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촌 정순태展 ‘자연을 벗 삼아’
  • 이용진 기자
  • 등록 2016-09-19 13:32:12
  • 수정 2016-09-19 13:4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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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 9. 21 ~ 10. 4 하나로갤러리

산촌 정순태 세한대학교 교수가 전시회를 연다. 문인화 정신을 바탕으로 삼고 수묵 산수화에 채색을 병용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산수 문인화의 다양한 변화와 자유로움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자연 경치를 실경으로 처리함으로써 생생한 현장감을 높인 동시에 먹과 채색을 다양하고 강렬하게 사용했다.


강인한 필치와 짙은 채색을 통한 대비의 효과를 극대화시켰으며, 적묵을 통해 육중한 무게감을 더해 화면에 입체감을 부여했다. 변화가 풍부하면서도 튼튼한 무게감으로 중심을 잡고 앉은 우리 산하의 특색을 개성 있는 미감으로 창작해냈다. 무엇보다도 현대적 감각의 화면구성은 압권이다.


근경과 원경의 거리감을 자유로이 조율한 대범함에 구도와 표현기법의 다양성으로 추상적인 이미지를 가미시켰다.




산촌 선생과 깊게 교유를 해오고 있는 국립군산대학교 곽석손 명예교수는 작품집 서문에서 “수묵산수에서 보여지는 특징은 오랫동안 연구하고 작업해온 문인화의 숙달된 경지가 부분적으로 가미됨으로써 강렬한 녹색과 적색의 표현이 돋보이는 소재의 연계성으로 작품의 격을 한층 더 높이고 있다”며 “화면을 분할해 구도의 대범한 변화를 줌으로써 시각적으로 현대미술에서 보여지는 상황의 자유로운 형상변화를 느낄 수 있는 독특함이 새로운 느낌으로 보여진다. 특히 채색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모습은 시각적인 아름다움과 감정표현이 용이하며 현장감의 느낌을 강하게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산촌 선생은 사군자, 화조화, 수묵산수화를 섭렵한 문인화 기법과 정신의 토대 위에 수묵과 혼합재료를 접목해서 한층 더 격 높은 작품들을 표출해내고 있다.


발묵법(潑墨法)과 파묵법(破墨法)을 자유자재로 구사해 서정적이면서 섬세하고, 또 한편으로는 강렬하면서 대담한 표현 기법을 보여준다. 이러한 작품들은 산촌 선생만의 뚜렷한 작품세계를 보여준다.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실경이면서도 강렬한 주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현장 스케치를 통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뚜렷한 작가의식으로 담아내고 있다. 또한 색의 뚜렷한 대비 효과는 작품에 깊이감을 준다.




산봉우리와 능선을 강한 필선으로 처리해 구륵의 효과를 내는가 하면 어느 순간 수묵은 경계를 허물고 스미어 구름과 계곡이 아득한 깊이에서 하나로 이어지는 순간을 연출한다. 놀라울 만큼 장엄하고 웅숭깊다.


산촌 선생의 산수는 설악산, 북한산, 인왕산, 대둔산, 천왕봉, 지리산 심연, 부안 직소폭포 등을 실경 그대로 담아낸다.


쉽게 접근을 허락하지 않을 것 같지만 그렇다고 아주 멀리 있지도 않다. 그러면서도 사실묘사에만 치중하지 않고 심회를 추상적으로 표현했다.



두 번째는 의외로 많은 작품들에서 화폭 전방 한가운데 나무 혹은 암봉(岩峯)를 배치했다는 것이다. 이는 주제의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산하를 배경에 두고 강조를 통한 상징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원근 대비와 클로즈업, 더 나아가 사물을 확고하게 끌어 잡고 빠져나갈 수 없게 만드는 장악력이 거기에 있다.


대담한 색채미와 뛰어난 화폭 경영으로 현대미감이 극대화된 강산무진(江山無盡)의 장엄미를 보여주는 것이다.




세 번째는 늘 산을 향해 있다는 것이다. 지리산 기슭, 선생의 고향 산동(山洞)은 태생적, 정신적 근원이다.


산촌 선생은 작가노트에 “옛 그리움은 그대로 남아 있는데 지금은 황톳길이 아스팔트길로 변했고, 훈훈하고 소박한 정은 많이 변했지만 그러나 산천은 오는 길손 반겨 주는 것은 변함이 없네”라고 적었다.


선생에게 있어서 산천은 변함없이 그대로이다. 외양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외양은 시간이 지나면서 바뀌거나 사라졌고, 어쩌면 옛 모습으로 다시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외양과는 무관하게 산천의 본성, 곧 모든 이들을 반겨 맞아 껴안아주는 모습은 변하지 않은 것이다.


산촌 선생은 그것을 찾고 싶었고, 그것들과 벗하고 싶었던 것이다. 전시 제목을 ‘자연을 벗 삼아‘로 잡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해가기 마련이고, 그러한 흐름 속에서 변하는 것, 변하지 않는 것, 변하지 말아야 할 것들은 무엇인지 돌아보게 된다.




어쩌면 산촌 선생은 실경 산수를 그렸지만, 내면의 가치를 드러내려 했던 것은 아닐까. 그리움과 기억을 켜켜이 쌓아가면서 색을 더해간 것은 아니었을까. 작품에 반짝이는 금분은 그것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리라. 그러고 보니 뚜렷한 선획과 강렬한 색채감은 능숙한 표현 기법과 대담한 조형 구조에 담아낸 자연을 닮고 싶은 마음이었다는 생각을 해본다.


산촌 선생에게 있어서 산이 큰 것은 산에 대한 관심과 애정과 교감이 크다는 의미이다. 산촌 선생의 작품은 왜 산수가 중심이 되었을까? 그것은 바로 거리를 두고 자연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웅혼한 자연과의 합일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산촌 선생의 이번 전시작들은 이러한 측면에서 보아야 하고, 또 그렇게 이끌어내고 있다.


산촌 정순태 선생은 국립군산대학교 미술대학원과 서울사회복지대학원대학교에서 석사를, 호남대학교에서 박사를 받았고, 대통령상, 문화부장관상, 한국문화예술상 등을 수상했다.


여섯 번의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동아미술제 초대작가, 대한민국미술대전 초대작가이며,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과 운영위원을 역임했다. 현재 세한대학교 교수로 창작 활동과 함께 후학 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 문의 : 010-3622-4039 (산촌 정순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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